정상보다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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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보다 아름다운 동행 해외 트레킹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거대한 산과 아름다운 풍경을 먼저 떠올린다. 눈 덮인 봉우리,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 깊은 계곡과 이국적인 마을의 모습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의외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기도 하다. 산행은 혼자 하는 여행과 조금 다르다. 긴 시간 동안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때로는 힘든 순간을 함께 견뎌야 한다.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의 성격도 산길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누군가는 뒤처진 일행을 기다려준다. 누군가는 무거운 배낭을 잠시 들어준다. 말없이 물 한 모금을 건네는 작은 행동이 지친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특히 해외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갑작스럽게 날씨가 변하거나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고산에서는 평소보다 쉽게 지치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이때 함께 걷는 사람의 존재는 여행의 안전과 즐거움을 좌우한다. 재미있는 것은 산을 내려온 뒤의 기억이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보다 길을 헤매며 함께 웃었던 순간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비를 맞으며 걷다가 찾은 작은 휴게소의 따뜻한 차 한 잔도 잊기 어렵다. 해외 트레킹에서 동행은 단순한 여행의 동반자가 아니다. 때로는 길잡이가 되고, 때로는 응원자가 되며, 때로는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물론 함께 걷는다고 해서 항상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체력도 다르며 여행에 대한 기대도 다르다. 그래서 좋은 동행에는 배려와 소통이 필요하다. 누구의 속도에 맞출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이다. 빠른 사람은 조금 기다리고, 힘든 사람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산은 누구에게나 같은 정상으로 향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속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트레킹은 정상에 오른 사람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를 기다리고 격려하며 함께 걸었던 시간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여행이 끝난 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산의 높이보다 함께 걸었던 사람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