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산은 정복되지 않는다

2026년 9월 1일 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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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정복한다는 말이 사라질 때 우리는 오랫동안 산을 오르는 일을 ‘정복’이라고 표현해왔다. 높은 산에 오르고 정상에 깃발을 세우는 것이 위대한 도전처럼 여겨졌다. 물론 정상에 도전하는 것은 인간에게 큰 성취감을 준다. 그러나 해외 트레킹이 많아질수록 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세계 곳곳의 유명한 트레킹 코스에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름다운 자연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여행이지만, 사람이 많아질수록 자연이 받는 부담도 커진다. 한 사람이 버린 작은 쓰레기는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천 명, 수만 명의 발걸음이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등산로가 훼손되고 식생이 사라지며, 물과 토양이 오염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 해외 트레킹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갔는가’만이 아니다. ‘얼마나 책임 있게 걸었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쓰레기를 되가져오고 정해진 길을 이용하며 야생동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먹이를 주지 않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현지의 규칙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지역 주민과 지역 경제를 배려하는 여행 역시 중요하다. 현지 숙소를 이용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과 물품을 소비하면 트레킹의 혜택이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지나가는 산길에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을 ‘내가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산은 우리에게 정복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생명과 시간이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세계다. 정상에 올랐을 때 잠시 멈춰 주변을 바라보자.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은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풍경을 다음 세대도 만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 오늘 산을 찾은 우리의 책임이다. 좋은 트레커는 정상에 자신의 흔적을 크게 남기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산을 떠날 줄 아는 사람이다. 산을 정복하는 여행에서 자연과 함께 걷는 여행으로.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해외 트레킹의 모습이 아닐까.